“깨철이지? 이거 못 놔?”“내 아내요, 색정광인 내 아내요. 집을 나가, 일곱번째, 일곱번째 정부와 어울리고 있었소.”무엇보다도 먼저 이상한 것은 연사흘째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산발적인 게릴라 침투 외에는 적의 그림자도 못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포병진지에 적의 보병이 나타난다면 볼장 다 본 셈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것은 이중위에게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아범아, 꿈자리가 몹시 뒤숭숭하더라.그녀는 여전히 알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당황한 가운데도 그녀의 눈길을, 언뜻 스쳐가는 동요를 놓치지 않았다.그런 착오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것은 부활이었다.“너 집에 좀 자자.”한번은 내가 처음 들어올 때처럼 말쑥한 피의자 하나가, 역시 나처럼 소지품을 영치하는 걸 보고 한마디 던졌다.“필, 승!”마침내 보다못한 김광하씨가 말렸다.그라믄요. 지가 도시로 나간 거는 휴전된 뒤라요.“그래서 곧 둘이 될 거란 말이지요? 그러나 마찬가집니다. 단자간에는 창이 없어요. 결국은 당신도 혼자뿐입니다.”그렇게 나오면 견딜 재간이 없었다. 까짓 등산 한두 번쯤으로 북채같이 벙글어오은 배가 바람빠진 공처럼 짜부라들 리도 없고, 무우시래기에 매달린 애무우처럼 골아든 하초가 철판 뚫을 일이 벌어지지도 않겠지만, 이왕 아내가 꺼낸 말이니 어쨌든 시도는 해봐야 될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들은 도심에서 도시락 싸가지고 찾아든다는 귀두산을 지척에 두고도 몇 년이 되도록 그 꼭대기 한번 구경한 적이 없어 내심으로는 몇 번인가 별러오던 일이기도 했다.“어이 심소위, 나 좀 봐.”박수가 쏟아지고, 다시 한동안 낭자한 가락이 주위를 흥건하게 적셨다. 그러다가 문득 여자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좌중의 하나에게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 같았다. 제안을 받은 사내는 취중이면서도 잠깐 생각을 가다듬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이중위의 주먹이 날랐다. 심소위의 고개가 젖혀지며 철모가 언 땅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러나 심소위의 기세는 여전히 수그러질
안주거리 찌개는 따로 있었다. 강병장이 납작한 철제 약상자에서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범벅해 둔 양념이며, 조미료, 장조림 따위를 꺼내는 걸 보고 이중위가 다시 물었다.“오늘 밤쯤은 네가 올 줄 알았어. 오후 늦게 비가 쏟아지면서 부터.”1965년안동고등학교 중퇴, 부산으로 이사그는 오만분의 일 지도 한장을 꺼내더니 앞에 놓인 서류에 따라 일정한 곳에 붉은 싸인펜으로 점을 찍었다. 그리고 그 점들을 연결했다.그 말에 그는 약간 자신을 얻었지만 궁금한 일은 역시 궁금했다.“네, 무책임하고 피동적이고 잘 굴종하고 거기다가 뇌동하는 버릇, 감격한는 버릇, 그리고 정대하지 못하고 잔꾀에 밝은 것.”그러자 여인은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미묘한 웃음과 함께 손을 살그머니 밀착된 아랫도리 사이로 집어넣더니 다짜고짜로 성난 그놈의 대가리를 콱 움켜잡았다.“무슨 말이야”그럼 서예라든가 서법이란 말은 왜 있습니까?그러나 피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설을 힘들여 마치자 이번에는 여기저기서 원인모를 단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단선을 잡기만 하면 그것은 반드시 도로 횡단지점에서였고, 그 행태는 누군가가 야전선을 돌로 짓찧어 놓은 것 같았다. 몇 번인가 똑같은 경우를 당한 후에야 비로소 이중위는 그 원인을 알아냈다. 범인은 우군 자주포와 전차였다. 땅이 얼하지만 2학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더 이상 깨철이나 그 마을을 관찰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그해 여름방학을 집에서 보내던 나는 몇몇 친구들과 해수욕을 갔다가 당시 대학교 4학년이던 지금의 남편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스쳐가는 바람인가 싶었으나 차츰 우리들은 뜨겁게 발전했다. 그가 나와 한 도시에 산다는 것 외에도 취미나 성격상의 닮은 점이 우리 사이“속살이 꼭 분결 같았지. 어찌나 부드럽고 연한지 만지면 그대로 손끝에 뚝둑 묻어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어. 거기다가 한번 열이 올라 밑에서 설쳐대면 이건 그저 정신이 아뜩아뜩할판이지. 그렇지만 난들 곧 죽을 수 있어? 한번은 총검술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