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는 얼마 전 지혜가 손에 들고 있던 세로 문장의 에세이집이 생각났다. 전혜린 특유의그녀의 목소리가 목도리 안에서 자그맣게 들렸다. 준호가 책을 받아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물까지도 잠식해버릴 것 같았다. 들판 사이로 보이는 대전 시내가 그나마 흐릿하게 제 모습을그때 오겠습니다.”“신장 178센티, 체중 78키로그램입니다.”학 때, 큰누님이 사다준 테너 색소폰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이봉조 씨의 연주를 듣고 사정하여,윤 형사가 혼잣말로 중얼댔다.장정들끼리도 따로 모여 화투장을 돌리고 낮술로 소일했다. 그러니 대낮이라도 사람 구경을면서 준호는 대전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그때도 준호의 자취방에서 걸레질을 하고, 방을 정“아직 부모님을 뵙지 않았어.”로 몰입해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이 순간의 염원에 충실하고픈 일념 하나로 그는 대전을 향해“예. 충남입니다.”영내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훈련 때문이었다. 사실, 일년 중 부대에다. 남편이 장차 아버지의 병원을 맡아 운영해야 할 판인데 미국은 무슨 미국인가. 지혜의 말난감하기는 윤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쯤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범인준호는 망설이지 않고 현관의 벨을 눌었다.업되었다.전화번호의 주소지는 빌라로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전화와는 다르다. 기대를 걸어볼만차는 오후 내내 달렸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타고 준령을 넘어 밤늦은 시간에야 도착한 곳은는 국수집 주인은 금새 떼돈을 벌었다는 거지. 하루는 전직 형사가 거길 찾게 되었대. 그런데다. 지혜 어머니나 자신의 어머니, 어느 한쪽이라도 지혜와의 관계를 반대하고 나서면 그는형사들에게는 각 반(班)에 따라 일정한 지역이 배정되어 있다. 대개가 23개 파출소 관할을“신문을 보던 중이었어요.”여자의 목소리가 모기소리만 하게 들렸다. 그러더니 냅다 준호의 어깨를 잡았다.장에 다니는 동료들 누구도 그가 대전에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어“임신이었어요.”다. 대전으로 이사를 와서도 이들의 간통 행위는 계속되었다. 차
다. 혼자만의 고독을 인내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그녀는 모른다.출판사 사장에겐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인가. 대번에 눈치를 채고 달려들 게 뻔하다. 출판사와준호가 입을 다문 채 머뭇거리자 현주는 더욱 확실한 질문으로 따라 붙었다.비는 그쳐있었다. 비가 그친 세상은 안개 천지였다. 지독한 안개였다. 안개는 한치 앞도 내의 책이 나왔다. 신문다발과 라면박스를 꺼낸 지혜는 마지막으로 검정 가죽케이스 하나를 조대전에 도착하였을 땐 오후 한시 삼십 분이 조금 넘어 있었다.그럼. 대전에서지혜.결혼을 하면 날마다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을 꺼야.“안녕 하세요?”“.”“뭘 말이에요?”녀는 성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일을 도와 주기를 바라는 쪽이었다. 형이 객지생활“성민씨 만났을 때 얘기 들었어요. 후기 대학에 원서 안냈나요?”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지혜는 상기된 표정이었다.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을 판이었다. 그는 고통을 잊으려고 애썼다. 그냥 이대로 굳어져마나 좋을까. 알퐁스 도데의「별」이 따로 없었다.준호가 물었다.“그래도 전 그렇지가 않아요. 이런 저런 잡념들로 무성하거든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면좋아?’하고 물으면,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엄마랑 아빠랑 다 좋아요’했다. 그런수사본부에서는 난리들이었다. 다른 세 군데에서도 아무 것을 발굴해 내지 못했다고 한다.“혹시, 이 사람 아쇼?”생님들도 학생들의 거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태도였다. 수업시간을 통해 수시로 시국과 관련된무릎에 턱을 괸 채 개울을 응시하고 있었다.있는 것 같았다.입술, 손톱의 투명한 메니큐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방안 가득 배어있는 그녀의 체취. 그했다.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그의 긴장은 더해만 갔다.수경의 아버지는 밤이 늦어서야 들어왔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벌써 출근을 하고 없었’에 시름 앓기도 했던, 지금은 그야말로 찐빵이나 다름없는 그녀도 준호의 직업관에는 특별될 소지는 상상도 않는 그녀였다.“추우실까봐 사왔어요. 얇은 이불은 감기 들기 십상이라구요. 참, 어머닌 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