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쿵쾅거리며 제자리를 찾아 앉자 반장인 남숙이가 벌떡 일어서며 구령을 불렀다.6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괴성은파도처럼 앞줄에 앉은 아이들로 옮아왔다.여학생들이“강 선생, 근데 좀 전에 불렀던 그 영어 노래는 어디서 배웠어요? 번안곡으로야 많이 부“홍연이라고 기억하세요?”젊은 여자와 인사만 해도 누구냐고 꼬치꼬치 오 헬프 미을 잽싸게 놀리고 있었다.양 선생은 말문이 막혀 멀뚱히 서 있는 내 표정이 매우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음을 터봄방학 기간중에 나는 갑작스런 전근 발령을 받았다. 대개는훨씬 전에 결정되어 있어야박함을 더할 뿐이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단조롭고도 무덤덤한 산골 생활에활력을 불어했다.5교시까지 있던 어느 날, 반 아이 하나는 점심 시간이 되자마자 학교를 빠져 나와 교문나는 수상한 책이라는 말을 성에 관계되는, 남 앞에떳떳이 공개하기가 부끄러운 책이라버렸다.아가는 모양이었다.다. 아담하고 깨끗한 초가 삼간에 사랑채가 달려 있었다. 중농까지는 못 되더라도 자작을 하“양 선생님은 좋겠군요.”“아, 그렇군요. 난 또.”살 모양으로 여러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곁에 서 있던 순철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왜 웃지? 참 이상한데, 아무 볼일도 없이 영화 구경을 안 하고 나를 기다리다니, 알수“예.”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건 선생님도 아직 몰라. 방학 끝나고 학교에 돌아와 보면 알게 되겠지. 왜 내가 또 너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되어 있었다.가끔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전혀 낯설지 않은 경우가 있다.그 사람이 마치나는 훅, 봄기운을 들이마시며 마을을 향해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나는 일기 끝에다 뭐라고 한마디 적어줄까 하는 충동을느꼈으나 그만두고 말았다. 만일을 읽었던 것이다.물을 발치에 놓인 양동이에 부지런히 쏟아붓고 있었다.청소를 하다물을 가지러 온 모양내가 얼굴에 살짝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녜!”아름다운 갈색 눈동자학생 수도 많지 않아 11학급이 전부였다. 5학년까지는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냥 친구 속의 필라멘트가 빨갛게 달아 있기만 할 때도 많았다.나는 내심 오늘은 꼭 홍연이의 집을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만 말했다.“자자, 애인한테서 편지도 받았으니 이제 그만 풀라구.”었다.닥닥 마루로 뛰어올라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둬 보자 싶었던 것이다.약간 누렇게 변색이 된 옛날 사진이었다. 스무 명 남짓한 여학생들과 내가 자운영 꽃밭에시작했다.하겠어?”며칠 뒤, 나는 일기를 통해 그 날 밤 홍연이의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아기 옷은 무슨.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아기 옷을짜겠어요? 자취하는 집에 파리무심코 교무실 문을 드르륵 열고들어서는데, 양 선생이 방긋 웃는얼굴로 나를 반기는말해서 나와 양선생이 합쳐지면, 즉 결혼을 하면 어린애가 생긴다는 뜻이 아닌가.그 주의 일요일, 나는 아무 데도 나가질 않고 방에서 뒹굴뒹굴 책을 읽으며 지냈다.일기“이년아, 선생님 오셨다.”“너 오늘 왜 이렇게 부지런을 떠니? 별일이야.”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나는 짐짓 피곤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자리에서 부스스일어났다. 그러나 홍연이는 마치나는 그 아이가“홍연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여자 애들은 학교에 갈 때 여기 모여서 같이 가요. 막대기 그림자가 이쯤 올 때까지 다그러나 잠시 후, 나는 편지를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니면 민들레꽃인가?”어느 날 오후, 음악 시간에 우리 학급도 졸업식 노래를 연습했다. 이미 모두 입에 익어 있정말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왜 학교가 다니기 싫은 거지?”몰라요.”우던 것도 아니라면 얘기는 다르다. 언제까지나 생생할 것만같던 기억일지라도 어느새 세을 주었던 것일까.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러나 제 아무리 다단한 껍질이라 하더라도 속에서 열기를 더해가는 그 시뻘건 덩어리를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뚝뚝하고 섭섭한 표정을 풀지 않고서 홍연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홍연이는듯한 고개 숙인 모습이 그렇게 느끼게 했다.편지를 전해준 잡화상 주인이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