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기 중간시험이 끝난 어느 일요일 오후 민자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영숙이를 찾아왔다.봉식이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태용이는 늘 봉식이의 신경을 건드렸다. 선생님들도 태용이를 아예 버린 자식 취급을 했기 때문에 잠시 야단치고 지나가 버리기가 일쑤였다. 태용이는 봉식이가 자신의 분풀이 대상이나 아니면 노리갯감이라도 되는 듯 수시로 봉식이를 못살게 굴었다.영숙이가 성격에 대해서 골몰하고 있는 사이에 아빠가 영숙의 방에 들어와 계셨다.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어. 일생에 서로 신뢰하며 도울 수 있는 친구를 몇 명이라도 가지는 것처럼 보람 있고 행복한 일도 드물 거야.“너는 잘 나가다가 꼭 이상한 곳으로 빠져서 사람 머리를 혼란하게 만들곤 하더라. 아빠나 박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늘 말씀하시던 것을 벌써 다 까먹었단 말이니?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야말로 자랑스러운 삶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야. 남녀불평등이나 직업의 귀천과 같은 것은 모두 습관에 의한 것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들의 참다운 모습은 덮어 두고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큰 문제란다. 말하자면 보다 바람직한 것에 대한 소망과 함께 개선하려는 비판정신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어.”민숙이는 두어 번 본드 냄새를 깊이 들어마시더니 기쁨의 소린지 고통의 소린지 모를 신음 소리를 나지막하게 끙끙 내면서 벤치에 머리를 축 늘어뜨리는 것이었다. 봉식이는 어찌하여야 할지를 몰랐다. 민숙이의 손에 있는 본드 병을 빼앗아 휴지통에 던져 넣고, 봉식이는 될 수 있는 한 오늘 밤의 일을 잊으려고 급히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영숙이가 어제 친구들과의 대화를 되뇌이고 있는 사이에 엄마가 어느새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봉식이는 요새 은별이 생각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해서 도무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자, 행자 선생, 솔직한 의견 잘 들었어요. 그러면 여기에 대한 반론이나 또는 다른 의견 없나요?”“아빠, 농담은 그만 하세요. 걸핏하면 시집가고 장가가는 이야기는 왜 꺼내세요? 그런 것은 다 때가
이번에는 아빠가 빙그레 웃음 지으면서 말문을 열었다.“여러분에게는 좀 어려웠지요? 그러나 순간순간 여러분 자신을 생각하면서 성의 문제를 직접 다루어 보세요. 영숙이도 앞으로는 자신의 직접적인 성문제를 다루어 보도록 노력하면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영숙이는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영숙이는 짜증 섞인 음성으로 엄마에게 더 다그쳤다.누구나 성과 사랑에 관해서 쉽게 말한다. 그러나 고뇌의 체험이 따르지 않는 성과 사랑은 무의미하다. 누구나 나를 중심으로 이기적인 욕망에서 성과 사랑을 갈망하기 쉽다.“얘, 생각해 보렴. 너는 정말 그런 쇼를 구경가서 꽥꽥 짐승처럼 소리지르고 싶니? 네 학교 친구들이나 성당 친구들하고 얼마든지 간단한 놀이도 할 수 있고 또 오순도순 노래도 하고 신나게 춤도 출 수 있지 않니? 한 번 탈선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오빠, 연락도 하지 않고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 윤리 선생님이 다음 수요일까지 자유에 대해서 써오라고 과제를 내주셨어. 화요일 저녁에 올 테니까 오빠가 원고지 다섯 장만 써줄래? 내가 또 배껴서 내 글씨로 써야잖아.”“너는 시간 중에 하나씩 이해하지 않고 다른 짓만 하니까 그렇지. 수학은 갑자기 뛰어넘으면 이해하기 힘들어. 그래, 할 수 없지 뭐. 그럼 한 문제씩 같이 풀어 나가기로 하지.”“할말이 없어. 우리집 때문에 시끄럽지? 정말 미안하고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 오늘 또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오셔서 엄마하고 한바탕 했어. 어른들이 왜들 그러는지 몰라. 언니도 엉망이야. 민숙이 언니 알지? 민철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만 그 아이도 알건 다 알 거야. 우리집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 견딜 수 없어서 이렇게 뛰쳐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얘, 영숙아, 오늘 따라 너답지 않구나. 이 엄마는 결혼 후 얼마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너희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에 들어 앉았어. 그렇다고 나는 아빠보다 못하다거나 아니면 내가 하는 일 없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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